담백한 2024년 회고와 짤막한 2025년 계획
아홉수 가득 꼈던 2024년과 서른을 맞이하는 2025년
2025-01-05
늦은 김에 간단한 2024년 회고
12월이 되니까 여기저기 회고글들이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다른 분들의 회고글을 보면서 공감을 하기도 하고 존경심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아 올해는 꼭 회고글을 쓰고 한 해를 보내야지’라고 생각했는데 어찌저찌 하다보니 새해가 밝아버렸습니다. 하지만 회고는 아예 안하는 것보다는 늦게라도 하는게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간단하게 2024년 회고글을 적어볼까 합니다.
그냥 사람 신원세로서의 2024년
2024년은 사실 처음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 자라온 사랑하는 강아지 까미가 몹쓸 병에 걸려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연초는 그렇게 동물병원을 계속 오가면서 까미를 최대한 건강하고 오래 살 수 있는 방법만을 생각하면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간절한 바람과는 달리 사실상 나을 수가 없는 병이었고, 남은 여생이라도 행복하게 지내다 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간병을 했습니다. 덕분에 까미는 의사 선생님이 말씀해주신 것보다 훨씬 오래 살았고 날이 많이 더웠던 제 생일 전날, 무지개다리를 건넜습니다.
정말 많이 힘들더라고요. 인생의 전부처럼 느껴졌던 가족이 떠나가니까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 우울감이 밀려왔어요. 그래서 그 날부터 집에 최대한 안 있으려고 했습니다. 친구들도 많이 만나고 여행도 다녀왔습니다. 최선을 다해 마지막을 보살피고 떠난 후엔 할 수 있는 한 많이 그리워하지 않으려고 하다보니 인간이 참 간사하게도 살만해졌습니다.
그래서 하반기부터는 다시 본래의 제 모습을 찾아갈 수 있었습니다. 소중한 인연을 만났고, 다시 개발 공부를 꾸준히 하였으며 FC서울을 응원하게 됐고 웨이트도 꾸준히 해서 몸이 정말 좋아졌습니다. 개인적으로 더 밝을 2025년을 기대할 수 있는 하반기였던 것 같아요.
개발자 신원세로서의 2024년
개인적인 개발 실력이 늘었나에는 의문이 들지만 회사에는 이전보다 큰 성장을 이룬 것 같은 한 해였습니다. 성장과 실력에 대한 집착, 하지만 그에 비해 미치지 못하는 노력, 그리고 다른 동기들보다 뒤쳐지고 있다는 조급함이 섞여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이도저도 아닌 성장을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에서는 중요한 프로젝트에 1명의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많이 참가하게 되어 많은 비즈니스 과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주변 동료들에게 조금이나마 인정받을 수 있는 개발자가 된 것 같아요.
주니어 개발자로서 많은 경험을 하기에 최적인 회사를 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큰 조직과 시장에서 내 가치를 평가받고 싶다는 욕심도 컸습니다. 상반기에 심리적으로 불안한 와중에도 평소에 가고 싶어하던 팀들에 이력서를 제출해 4번의 면접을 다녀왔고 하반기에는 3번의 면접 끝에 최종 면접도 다녀왔습니다. 제가 확실하게 부족해서 떨어졌다고 생각이 든 면접도 있었지만, 저와 핏이 안 맞아서 또는 한정된 자리에 저보다 좋은 개발자가 있어서 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이 드는 면접도 있었습니다. 면접을 준비하고 또 면접을 경험하는 과정 속에서 이것 저것 많이 배웠습니다. 많은 연차를 면접에 태웠지만 절대 후회같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아마 2025년에도 꾸준히 면접을 통해 더 넓은 세상을 두드려 볼 것 같아요.
인생 중에 AI가 가장 빠르게 발전했던 한 해였습니다. 개발자로서 밥그릇을 걱정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겠죠. 하지만 걱정에서 끝나지 않고 그 AI를 최대한 저의 생산성에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를 해봤습니다. 그 중 Cursor IDE와의 만남은 오히려 개발에 대한 저의 열정을 다시 불타게 해준 것 같습니다. Cursor를 사용하는 시간이 너무 즐거웠어요. 마치 정말 친한 개발자가 내 옆에서 함께 코딩을 해주는 기분이었습니다. 2025년에는 AI를 자유자재로 조련하는 개발자가 되어 1인분이 아니라 5인분을 하는 슈퍼 주니어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2025년 짤막한 목표
2025년은 한국 나이로 서른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인생의 새로운 챕터가 열릴 수 있는 앞자리인 것 같아요. 늘 그랬듯이 시간이 그냥 흘러가게 두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아홉수를 벗어난 만큼 2024년의 안 좋았던 기억들은 모두 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은 굵직한 목표를 세워봤습니다.
1. 이직
어느덧 현업에서 개발을 시작한지 3년차가 되는 해입니다. 요새는 경력직 채용을 하면 그 기준이 3년차 이상에서 5년차 이상으로 올라가긴 했지만 어찌됐든 마냥 개발자 신입생은 아닌 기분입니다.
2024년 회고에서도 적었듯이 더 큰 시장에서 잘해보고 싶습니다. 유명한 팀에 들어갔다고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닌, 유명한 팀에 가서도 잘하고 싶습니다. 겸손한 자세로, 효율적인 방법으로 성장할 것입니다. 준비가 다 됐다고 느낄 때까지 문을 두드리지 않는 겁쟁이 짓은 하지 않을 것입니다. 꾸준히 시장의 문을 두드리며 평가받고, 그 평가를 바탕으로 재정비할 것입니다. 이렇게 Lean하게 시도하다 보면 이직이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 독립
운 좋게 서울에 자가를 가지고 있는 집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초중고 그리고 대학교까지 나왔습니다. 병역도 의무경찰로 해결하다보니 사실 집을 떠나본 경험이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그러다보니 누군가가 해주는 생활에 익숙해졌습니다.
여태까지 저는 가족이 있는 삶, 가족과 맞춰 살아야하는 삶에 맞춰 살아왔습니다. 그런데 컨디션 때문에 주말 아침에 늦게 일어나고 싶은 날도 있고, 저녁을 안 먹고 싶은 날도 있고 가끔은 밖에서 밤새 놀다 자고 오고 싶은 날도 있는데 가족이 있다보니 온전하게 자유롭지는 못했습니다. 누구는 서울에 자가가 있고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면 집에 악착 같이 붙어 있으라고 말하는데 사실 계산적으로는 맞는 말이지만 독립적인 생활을 꿈꾸는 자에게는 쇠 귀에 경 읽기 같은 말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독립을 해보려고 합니다. 물론 목표로 하고 현실의 벽에 막혀서 올해 안에 독립을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독립을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 꼭 나중을 위한 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간 낭비라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고요.
3. 여행
2024년엔 개인적인 일들로 여행을 거의 다녀오지 못했습니다. 까미가 무지개 다리를 건너고 나서야 제주도 한 번 다녀온 정도입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많이 아쉬운 한 해였습니다.
저는 돈을 모으는 것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평소에도 돈을 안 쓸 수 있으면 안 쓰려고 노력합니다. 그럼에도 여행에 쓰는 돈은 아깝지 않은 것 같습니다. 남들 다 간다고 따라가는 그런 여행 말고, 진심으로 가보고 싶었던 곳에 가서 그 곳의 길을 걷다 보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여행비를 따로 모아서 꼭 여행을 다녀올 생각입니다. 앞으로도 꾸준히 1년에 1번은 자유 여행 떠나기가 목표입니다.
마무리
조금 늦은 2024년 회고와 2025년 계획을 적어보았습니다. 글을 써보고 나니 MBTI가 ESTJ인 저도 연말연초에는 유독 감성적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독한 아홉수였던 2024년을 보내고, 서른을 맞이한 2025년에는 모두가 목표했던 바를 이루고 행복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